소설과 문학

김영후의 항변

Alcibiades 2015. 1. 4. 23:47

 

비교적 순탄한 성공의 길만을 달려온 그에게 어떻게 김영후와 같은 사회의 밑바닥을 살며 사회와 대한 저주와 증오를 삭여온 사람의 심정을 절절히 대변할 말을 토해내게 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통속작가라 낮춰보고 또 낮춰보고 싶어도 그게 그렇게 완전하게 되지는 않는다. 다음 김영후의 변명 때문에....

 

『어떠한 파멸도 두렵지 않소.…… 다만 내 파멸을 위해 당신들은 두번씩이나 내 과거 속에서 상관없는 잊혀진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 더러운 허영의 도시로 끄집어내왔소. …… 당신은 나를 통해 즐기고 있소. …… 당신들은 내게 좀더 강한 상대, 좀더 강한 짐승들과 싸우게 하고 그 처절한 싸움을 보며 즐기고 있는 고대 로마의 …… 귀족들과 다름이 없소. …… 이제 당신은 멋진 상대를 마침내 내 과거를 뒤져 찾아내 왔소. 그런 표정을 짓지 마시오. 그런 준엄한 표정엔 이젠 구역질이 나. 나는 그런 표정에 이제일까, 저제일까 속아만 왔소. 차라리 웃으시오. 왜 그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일까. 왜 그들을 먼 기억 속, 잊혀진 과거 속에 묻어둘 수 없는 것일가. 그들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행복을 비웃지 마시오. 행복은 망각속에 있소. 단지 그들의 편안과 그들의 행복을…… 당신의 목적을…… 위해 당신은 이용하고 있다. 아아…… 당신도 무서운 욕망에 가득 차있다. ……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안혹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