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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료거부운동에 대한 기억

Alcibiades 2015. 10. 28. 19:28

요즘들이야 잘들 내지만 예전엔 시청료거부운동이니 전기세징수 분리 등으로 말들이 많았다. 어릴 적 기억 중에 하나가 옆집에 얹혀사는 친구 이모가 시청료아줌마 오면 텔레비젼 없다고 잡아떼던 기억이다. 물론 막연히 그 아줌마를 미워했었던 것 같다. 한편으론 요금 내라는게 왜 문제인가 하는 생각에 갸우뚱도 하였지만 당시는 대부분 그 사람들 싫다고 그러고 얘들도 다 무섭다고 그랬다. 그들의 태도가 문제였다. 근데 이사가고 나서 어머니 기억에 그 이모가 좀 모자라 보인다고 하셨는데 사실 친구나 이모한테는 이를 밝히기는 미안한 노릇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노래를 부르는데 산울림의 "청춘"에서 파다듬거나 그런 일을 할 때마다 매번 "날 두고 가는 것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야" 이 부분만 반복하였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긴 하다. 그 덕에 나는 그 노래 이름도 다른 부분도 전혀 모른 채 딱 그 부분만 아주 인상적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또 한가지는 일기에 쓸게 없어서 어느날은 시청료거부운동에 대해 썼는데 좀 연세 있는 담임선생님 한테 불려가 한 말씀 들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시청"한 요금을 내라는 건데 거부가 무슨 말인가 하는 그 선생님 의견도 일리 있었다. 허나 개인적으로 일기에 쓴 것을 가지고 질책을 받는 것이 어린 마음에도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일기검사 받는 것도 웃기는데. 하물며. 이 시청료 거부 운동이 시청료아줌마들 반대하는 것 뿐 아닌 다른 정치적 의미와 맥락이 있었다는 아주 아주 한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기분은 더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