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밤에 출연한 노무현 대통령과 "빠순이"들
토요일 별밤에서 공개방송을 내보냈던가. 거기 오는 얘들은 대부분 빠순이로도 조롱되는 오빠부대들이 많았다. 80년대말에서 한동안 가요프로그램들에 어김없이 나오던 그야 말로 괴성을 지르며 광란적 울음을 떠뜨리는 "오빠~" 족을 기억하는가. 요즘 이런 울음 소리는 티비에선 듣지 못하고 인근 길고양이 울음소리로나 들을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보통 초대가수들이 나오는 공개방송 말고 년말특집이었던가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스타가 되던 그 때에 아마 몇명의 명사들을 연속적으로 부르던 공개방송 중 하루를 노무현 대통령 시간으로 배당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 당시 별밤의 분위기상 노무현의원 한사람만 불러서 그렇게 많은 청소년 오빠부대들이 모여들었을리 없고 아마 1부만 노의원에게 할당하고 2부는 그냥 예전대로 가수들 불러 노래시키는 그런 식이지 않았나 추정한다.
사실 여기서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노의원이 "과격한" 말을 했다. 프랑스 혁명을 말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지금은 역사와 문화의 세계적 금자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우리도 이런 것을 해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사실 당시는 불완전한 혁명인 6월항쟁 직후라 이런 생각에 공감할 사람도 많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수천 수만이 희생을 감수한다는 부분에 와서는 조금 과격하고 경솔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훗날의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이런 말씀은 하지 않았을 것이며 과연 이것이 그 노대통령 맞나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의 발언 수위였다.
그에 비하면 노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던 "빠순이" 중 한 여학생이 오히려 "똘레랑스"가 있었다. 사실 이문세나 다른 가수들 보러 온 것이지 정치인을 보러 온 것이 아닌 게 분명했던 그녀는 정견에서는 노의원에게 동의하지 않는 듯 했지만 그럭저럭 좋게 좋게 듣기 좋은 얘기만 했었던 게 기억난다. 생각해 보면 노대통령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는 면에서는 부족해 보였는데 솔직히 지금 생각으로는 한낱 빠순이만도 그 면에서는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하긴 그 당시는 그렇게 군부독재종식과 민주화가 급해 보이던 시대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