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최인호의 다른 글들에 비해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유난히 작가의 진실성이 보이는 것 같다. 그의 소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거나 알아채기 어려운 시대에 대한 비판이나 성찰의 장면들이 있다. 특히 기억나는 장면은 그의 개인사에서 "문단떠나려 할" 찰나 그의 결심을 공개적으로 밝히던 때다. 대중소설로 대중과 평단에 극단적 평가를 받던 <별들의 고향> 성공이후 자신에게 기대를 가지고 호의를 가진 문단의 한 파벌(?)의 선배와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고 전한다.
그 무렵 평론가 김현 씨가 나를 불러 어느 술집에서 자리를 함께 하였던 적이 있었다. 그는 심작한 얼굴로 내게 말하였다.
"당신은 참 좋은 작가였다. 그런데 <별들의 고향>으로 대중 작가가 되려 한다. 당신은 우리가 옹호하던 작가였다. 그런데 당신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난처한 우리의 입장이 점점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그러니 양자 중에 하나를 택일하여 달라."
나는 그 때 단호하게 말하였다.
"내게 신경쓰지 마시오 형님. 내가 못마땅하면 내 이름을 평론에서 빼시오. 내 이름이 부담스러우면 내 이름을 평론에서 제외시키시오."
그리고 그의 시대적 비판은 "한강 다리 아래 한강은 흐르고"라는 글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런 저런 독재시대를 끝내고 문민정권 민주화 시대에 들어선 당시에 관한 세태를 다음과 같이 말하는 부분이 있다.
한때는 째찍과 당근으로 어떻게든 길들이려고 독재자들이그토록 애를 썼던 우리의 신문들이 이제는 스스로 순치가 되어 재미, 재미, 재미만을 찾고 있구나. 신문만은 이래서는 안되는데. 신문은 사회의 소금.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사회는 부패한다. TV는 미쳤어. 어떻게든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만드는 사람도 미치고 나오는 사람들도 미치고 보는 사람도 미쳐 날뛰고 있구나.
양심을 부르짖는 뉴스가 끝나면 재벌 회장이 나오는 연속극이 시작되고, 이 남자를 고를까 저 남자를 고를까 고민하는 여주인공이 비를 맞고 울고 있구나. 눈 뜯어 고치고 코 뜯어 고치고 입 뜯어 고친 미녀들이 수영복을 입고 나와서 선발대회를 하면서, 도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이젠 정말 듣기 싫어. 국민을 위해서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저 목소리 정말 듣기 싫어. 봉사하지 마. 제발 가만 있어. 와르르르르르 무너진 성수대교 아래로 한강 물은 흐르고.
그는 신문에 대해서 한 때 나라 사정이 그리 넉넉지 않았던 때 지면이 많지 않던 시절에 만화 하나 소설하나까지도 스크랩까지 해가며 챙겨봤던 시절이 있었노라고 한탄한 적도 있는데 양적으로 풍부해진 대신 볼거리가 없어 졌다는 것이 신문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그 당시 다른 매체가 워낙 제한되어 있기는 했었지만 그것 때문에 신문만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하기는 지금 다른 매체들은 제대로 기능하고 신뢰받고 있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당시의 성수대교 처럼 세월호를 시작으로 무수한 사건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다. 연속극은 이제는 막장드라마 수준으로 까지 나아갔다. 그런면에서 새삼 참 예리하고 정곡을 찌르는 면이 있는 시대비판이 아닐 수 없다.
최인호의 바램대로 신문이 사회의 공기로 제 역할을 다시 찾는 것이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세월호 문제도 반드시 제대로 해결이 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바른 진상규명과 그를 건전히 알리고 비판하는데 언론이 앞장을 서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잘못된 역사적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