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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단편

Alcibiades 2014. 10. 1. 01:00

 

초등학교 졸업반 때였는데 젊은 여담임선생님의 고상한 취미 덕에 교육구청 관내의 합창경연대회에 나간일이 있다. 별다른 합창의 재주라는 것이 필요없었고 단지 그 선생님의 담임반이라는 이유로 수업시간 얼마간을 떼어내어 연습했고 아무튼 그것도 1차로 심사를 통과한 후에 참가했으니 나름 성과가 있다면 있는 일이었다. 구내의 대회이긴 하지만 하여튼 이런 데 참가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고 그 후로도 없었으니 그의 덕에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추억을 남긴 셈이긴 하다.

 

지금 특히 그 중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같은 반인 우리들 말고 노래를 특히 잘 부른 다고 뽑혀온 몇몇 학생들에 대한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그 녀석들의 담임선생들이 특히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하여 추천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무슨 생각으로 추천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전교에서 이렇게 뽑힌 녀석이 아마 세명 쯤 되었던 것 같은데 세명 정도 노래 잘 하는 학생이 무슨 특별한 기여가 되겠는가? 뒤늦게 생각해 보면 아예 기본 생각자체가 잘못된 "선발"이었던 셈이었다. 그나마, 셋 중 한 여학생의 경우는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하겠는데 남학생 둘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쁘다. 우리와 동급생인 한 녀석은 그 반 담임이 유달리 편애하는 얘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가 특별히 선발된 건 노래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이 녀석과는 그 전에도 악연이 있고 후에도 역시 비슷한 인연이 이어졌는데, 참 용케도 당시까지 자신의 악을 숨기고 모범생 연기를 잘 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 후 그가 걸어간 길을 보면 크게 나무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상한 쪽으로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경탄할 만한 그런 녀석이었는데 녀석은 나이도 많은 자기 담임을 잘도 속이고 있었다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내 생각이다. 심사를 통과했을 때 그 녀석이 담임선생이 우리반 아이들에게 축하한다면서 덧붙인 말이 "나도 우리반 아무개한테 축하를 전했어요"라는 것이었는데 손발이 오글거리는 말이었다. (당시에도 좀 야릇했던 것은 그 담임이라는 여선생님도 갖 결혼했을 나이 대의 외모도 그리 빠지지 않는 터이고 한 편 그 녀석도 여자가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으나 꽤 세련되어 보이기는 한 외모였다. 녀석은 외모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앞서 요상한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것은 특히 여자쪽이었다.) 다른 한 녀석은 우리 교실로 들어올 때 부터 아이들이 웅성웅성대게 했는데, 한학년 아래의 수줍은 듯한 얼굴을 한 아이었다. 그 웅성거림은 그 얘가 중학생 불량배들과 어울려 깡패짓을 하는데 그렇게 잘못 만나면 정말 무서운 놈이다라는 자주 비치는 그의 수줍은 표정과는 전혀 맞지 않는 소문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가 그런 말하는 것을 들었을 법도 한데 그 놈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없이 계속 그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그를 선발해준 선생들의 사랑과 관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