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문학

검은 신이여

Alcibiades 2015. 1. 7. 02:20

 

검은 신이여

 

박인환                              

 

 

저 묘지에서 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저 파괴된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검은 바다에서 연기처럼 꺼진 것은 무엇입니까.

 

인간의 내부에서 사멸된 것은 무엇입니까.

 

일년이 끝나고 그 다음에 시작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전쟁이 뺏아간 나의 친우는 어데서 만날 수 있습니까.

 

슬픔 대신에 나에게 죽음을 주시오.

 

인간을 대신하여 세상을 풍설(風雪)로 뒤덮어 주시오.

 

건물과 창백한 묘지 있던 자리에

 

꽃이 피지 않도록.

 

하루의 일년의 전쟁의 처참한 추억은

검은 신이여

당신의 주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