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생
최근 히트한 <응답하라 1994>에서 극을 끌어가는 중심문제가 결국 하숙집 딸래미랑 결혼하는 문제였는데 사실 드라마 자체도 그렇고 눈에 띄게 시대착오적인 면이 있어 보인다. 하숙집이나 하녀랑 결혼하는 혹은 못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하숙집 딸의 내 방청소 대신해주는 능력이 하나하나 찬연히 노골적으로 자랑되는 이야기는 처음이라 얼척이 없긴 하더라. 그런 하녀이야기들 이렇게 순정로맨스의 해피엔딩으로 그릴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일 것 같다. 요즘 나오는 드라마 하나하나 어찌 그리 주옥같이 웃길 수 있는지. 하녀이야기 하면 일본근대문학의 아버지라는 소세키의 작품에 나올 만큼 유래가 깊은데 그것도 <응답하라>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나는 하녀이야기하면 딱 두가지가 생각난다. 하나는 입센의 <유령>이요 다른 하나는 부조리의 작가 카뮈의 <에뜨랑제>에서 뫼르소가 수감된 시간을 유일하게 몰두했던 문제로 한 체코인의 살해에 대한 색바랜 기사이다. 그 사나이가 25년간 타향에서 돈을 모아 부자가 되어 다른 하숙집에 처자를 남기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여관에 묶었는데 역시 그의 어머니와 누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장난삼아 그들에게 거액의 돈을 보였더니 그날 밤 그는 그들 모녀가 휘두른 망치에 절명하고 말았고 이튿날 아내가 찾아와 비로소 그 사나이의 정체를 밝혔다는 이야기였던가. 아마 그럴 것이다. 아마 이것이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의 상황일까. 부조리란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과 그 목적에 도달할 능력을 결한 인간사이의 충돌을 말한다고 한다.
어둔 하늘이 별빛에 덮힌 하늘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우주에 대한 무심에 대해 내 마음을 열어놓는다.
-카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