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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스토커일 듯한 어떤 사람

Alcibiades 2015. 2. 24. 15:41

 

아무 얘기나 생각나는대로 내 편한대로 하자. 언젠가 스토커가 자기 친구랑 스토킹한 이야기를 볼일 있어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내 주변에 서성거리면서 가지도 않고 통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그 자식의 미치고 이해할 수 없는 정신상태를 접하니 왠지 등골이 오싹하고, 닭살 돋는게 혹시 동성애자가 아닌가 의심도 들고 하두 태연하고 진지하고 정겨운 어투로 말해서 나한테 마음있어서 이 미친 놈이 나 덮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통화내용은 내 기억으로는 이렇다.

 

어느 날 이 스토커가 진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데 (객관적으로 볼 때 전혀 대단한 호의를 보낸 게 아닌데) 그 여자도 자기를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굉장히 아쉬워한다. 이런 여자를 언제 다시 보겠어 이런 마음으로 "아쉽다" "(자기 친구는 점잖고 에둘러서 포기해라 이런 식으로 말하는 듯 싶은데 거기에 대한 반응으로) 그래도 너무 좋다" 이런 얘기를 통화중에 100번은 하드라고. 어느 날 부터 전화연락를 안받아서 그 여자의 친구에게 연락하니 돌아온 대답이 "스토킹하지마" 였다는 것. 그런데, 이 미친 놈은 이걸 지 친구한테 시종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그 여자와 그 친구의 이런 모든 반응이 자기를 좋아하는 무언가 있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면서 친구가 거기에 그렇다는 대답(맞장구)을 해주기를 기대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스토커가 맞다. 그런데 사실 당시 그를 봤던 환경상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보아서 놀랐었다.

 

나에게 비슷한 불쾌한 경험을 주었던 이는 어떤 약간 실성한 것으로 보였던 다른 어떤 사람이다. 어느 날 좀 한적한 길을 가는데 옷은 좀 허름하게 차려입었지만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나를 보면서
"저 쓰러질 것 같아요. 제 손 좀 잡아주세요."
라고 했다. 근데 보아하니 전혀 당장 쓰러질 사람 같지도 않은데 손을 잡아달라느니 미쳤나 싶어서 당연히 무시했다. 그런데, 이 놈 말하는 폼이나 말투가 그런 터무니 없는 부탁을 하면서 전혀 거절당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말투가 다정함을 흉내내는 것이 말투 자체에는 진정성이나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그 때문에 처음엔 나도 뭔가를 해주긴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는데 좀더 행색이나 모습을 눈으로 살피니 차림새가 좀 이상해서 정신상태가 약간 의심스러웠을 뿐 멀쩡하고 건강한 인간으로 보였다. 미친 사람 스토커 이전에 나는 이런 인간들을 잠재적 소매치기 정도로 보기에 무시해 버리는 습관이 있고 그래서 무시했다. 그랬더니 소매치기는 아니었고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였는지 씩 화를 내면서 따라오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멈추고 다른 먹이를 물색했던 것 같다.

 

이 상황에서  혹여 내가 여자였거나 손을 잡아주었거나 했다면 무슨 봉변을 당했을지 아찔하다. 소매치기가 아닌 걸 보면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모양인데 왠지 지나고 보면 이 역시 스토커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