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초상: 대한민국 진보의 독선
곧, <응답하라 1988>이 기획 방송된다고 한다. 그 시절은 우선 민주화의 시대였고 또 진보의 시대였다. 그런 면에서 광복 후 수십년 간 독재정권에 일관되게 맞서왔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진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민주화 과정에서 그들의 기여는 간과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점 시정할 점도 많이 지적되지 않은가. 그게 노무현 대통령 이후 시대적 반동으로도 어느 정도는 그런 정서가 표출된 것이다. 문제는 그들에게도 자정 능력이나 자성의 목소리가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오히려 "똥고집"을 부리며 그런 국민적 요구에 저항하는 면이 많아 보인다. 스스로의 잘못이나 오류를 인정치 않는 그들의 논리는 단순한데 나도 한 때 그런 것에 젖어 있었던 면이 많은 데 대략 이런 것이다.
상대는 독재정권이며 그 후예들인데 이들은 광복 이전에 친일파들에게까지 그 계보가 거슬러 오른다. 또한 이들은 80년 광주에서 차마 인간으로 저지를 수 없는 금수의 짓을 행할 정도로 도덕적 절대 악이다. 그러므로 그들에 반대하는 나의 주장이 틀릴 수가 없는 것이다.
독재정권과 그 후예들을 미워하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사람은 분별력을 가져야 하고 그것으로 시비를 가려야 하는데 당시 그들에게는 독재정권을 반대한다는 것이 자신들의 모든 오류나 잘못에 대한 면죄부고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거의 유일한 근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들은 그러한 선견지명으로 민중을 가르치려고 했다.
그런 그들의 맹목성을 보여주는 한 예로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것이 "쓰레기 종량제"에 대한 독특한 "선견지명"이다. 이 제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정착된 제도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한 진보언론이 보여준 대단한 선견지명의 추태를 한 번 보자.
당시 시범지구에서 나타난 거의 예외적인 것으로 보이는 몇몇 현상들을 침소봉대해서 "해 봐야 소용없다"는 진보 특유의 꼰대짓으로 결론을 맺는데 이러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박정희 식의 "하면 된다"라는 말도 엄청난 금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교적 폐해에 많이 물든 한국사회 특히 남을 선도하고 가르치기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뻔히 하면 그냥 될 어려운 것이 없는 일 조차 공연한 트집으로 무조건 안된다는궤괘변을 근엄하게 펼치는 사람들이 많은 건 부인할 수 없는 듯 싶다. 또 진보의 특징에 어떤 실제적인 일을 하는 것 보다는 말만 많고 논쟁하는 것만 좋아하는 생리가 있다. 위에 언급된 잡지도 그 시기가 기로여서 전에는 좋은 잡지로 평가받다고 그 시기 즈음 영양가 없는 기사를 남발하다 결국은 사라진 것으로 안다.
민주화 과정에서 진보의 역할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군사정권 시기보다는 엄청나게 말할 자유는 늘었다. 부패의 개선은 그에 비하면 이상하게도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사회의 이상하며 미저리적 보수성과 반동성의 특징이 있지만 말이다. 다시 진보가 신뢰를 얻어 더 살기좋은 한국이 되는데 일역을 담당하기 위해선 우선 이런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나만 옳다는 독선이면 차라리 낫다. 상대가 절대악이기에 내 생각은 무조건 옳다는데 경험없는 어리고 젊은 층 외에 얼마나 많은 지각있는 성인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