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박사라 더 미운 하이드들
<경찰청사람들> 보니 아닌 게 아니라 근래 문제가 된 농약 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동기가 없다는게 아마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사람이라는 것 같기도 하고 거의 지주급이라 동네 사람들이 말조심하는 것 같아도 보인다. 다만 그 할머니들 죽으면 당자 본인이 놀 사람이 없어질 거라는데 정말 제 정신이라면 별로 죽일 동기는 없어보인다. 그러나, 어디 정상이고 제 정신인 사람이 경로당 사이다에 독약을 탔을 리는 없느니. 사람 속을 어찌 알겠느냐는 것이다. 일단, "살해동기"로만 보면 가족들 심정은 이해는 가는데 결과만 보면 입증할 수는 없어도 할머니 행적이 절대 떳떳한 것이 없다. 신고도 안하고 자는 줄 알았다는 초기 증언.
아무튼 이 번 편 범죄자 용의자들의 공통점은 겉모습으로는 좀처럼 알아챌 수 없는 속의 하이드들을 감추고 있다는 것 쯤이 되는 것 같다.
같은 편에서 소개되었던 입시부정 이야기를 보니 요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개된 리플리학생 생각도 나는데 이중인격이 의심되는 옛 동창 녀석이 생각난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공부는 특출하지 못한 모범생 2명이 있었다. 입시결과는 그냥 중상위권 대학 쯤되었다. 동네에 나름 소문난 골목입시명문이라 학교에서 눈에 띌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둘다 교우관계 등이나 생활태도는 아주 훌륭해서 내심 부러움을 느끼던 얘들이었다. 근데 얘네들의 한가지 문제는 의대를 지망한다는 것인데 예나 지금이나 의대간다고 하면 그냥 잘하는 것 "쫌" 잘하는 것 정도로는 아니고, 그야 말로 날아다녀야 된다. 둘다 모범생스타일이었지만 아무래도 쫌생원 같은 면이 있었는데, 한 녀석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후로는 진짜 "남자"가 되었다고나 할까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내가 알던 그 조용히 숨어 공부하면서 가끔 장래희망 지망학과 물어볼 때 수줍게 "의대여"하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문제는 다른 한 녀석인데 이 녀석도 다른 사람은 뻔히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자기 성적으로는 의대진학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자 마자 하이드로 돌변했다. 공연히 옆사람한테 시비걸다가 나한테는 친척 중에 대학입시사정하는 사람 아는 사람없느냐는 되지도 않는 질문을 하지않나. 결국 다른 대학에 붙어놓고 재수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너무 어이없는 것은 그가 지망학과에 갈 수 없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예전에 짐작하고 있었던 것인데 자기만 뒤늦게 알고 열을 내는 것이며 나아가 그 당연한 것이 현실이 된 것에 대해 어쩌면 저렇게 사람이 돌변해서 횡설수설하고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후자의 경우는 전의 모범생 행세를 생각하면 더 어이없고 얄미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