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북한에서 당대회인지 무엇인지 한다는데 마침 요 며칠 전 삐라를 발견했다. 발견한 삐라사진을 올릴 겸 삐라에 대한 어린시절 겪은 이야기를 써볼까.
어릴 적 박정희가 죽었던 무렵 학교 들어가기 전인데 나는 비교적 또래 들 사이에서 순진한 편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그야 말로 최고의 사기꾼에 협잡 모사꾼들이었다. 잘 모르는 일도 으레 자신있게 이러쿵 저러쿵하다며 순진한 내게 가르쳐 주며 이리 저리 끌고 다니며 멀리 이 동네 저 동네 놀러 다니곤 했다.
심지어는 "경찰아저씨"를 상대로도 장난질을 하였다. 야산 근처를 떠돌다 삐라를 줍더니 깔깔거리면서 굳이 순진한 나한테 저 아저씨한테 갖다 주라는 것이었다. 나라에서도 그토록 강조하고 권장하는 일인데 왜 나한테 이렇게 집요하게 떠밀고 그러나 망설이다가 그래도 국민된 도리라 하여 그 날 그 자리 당번인지 계속 그 건널목 횡단보도에 서 있던 경찰관에게 삐라를 건네 신고하였고, 그걸 시킨 놈들은 뒤에서 킥킥거리고 있었다. 내가 삐라라고 신고하며 건네주는 순간 경찰관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다시 한 번 갖다 주었다가는 죽일 듯이 쳐다보았던 것이다. 돌아보면 얘들이 진짜 경찰관을 놀려먹을라고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건 확실히 알수 없다. 나중에 보니 동네 아이들 중 어떤 놈들을 삐라를 한 수백장씩 모아놓고 있었는데 딱지를 접을 거라고 하던가 벼라벌 놈들이 있었다. 그 엄혹한 시절에 말이다.
그 시절에 또 그 주변에서 겪었던 일 중에 대통령이 죽었다는데 대해 아이들 세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대통령을 죽인 이가 누구였는가 였다. 대통령의 오른팔 격의 인물이 대통령을 죽였다는게 이해가 안되었는지 아무리 방송을 봐도 그 건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은 그냥 점잖게 "나쁜 사람"이 대통령을 쏴 죽였으니 이런 애통한 일이 어디있겠느냐는 식으로 말을 했고 나도 속으로는 '나라에서 제일라니 뽐내더니 허세였는지 총맞아 돼진 꼴이 고소하다'란 생각도 혼자로는 어린 나이에도 했지만 밖에 나가서는 조심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도무지 말하는데 조심성이라고는 없고 대 놓고 대통령 죽은 걸 별 일이 아니라는 둥 농담으로나 얘기하다가 누가 쏴죽였냐하는 대목에서는 "간첩이 쏴죽였다"라고 말했다. 사실 얘들은 데모하는 얘들은 거의 간첩이라고 생각하는 얘들이었다. 한동안은 얼마나 설명하기 어려우면 그렇게 부모가 설명했겠냐 싶었다. 그 후로도 민주화될 때까지 대통령이 총맞아 죽은 지는 막연히 알았지만 누가 죽였는지는 쉽게 알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