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잡이

카테고리 없음 2016. 10. 9. 00:54

 

중학교 입학했을 적 출석부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한번도 답을 하지 않아 계속 결석처리된 얼굴 모른 같은 반 아이가 있는데 지금은 이름도 물론 잊었다. 한참 후 담임과 학생부 선생님의 전언으로 그가 소매치기의 바람잡이 역을 하다가 경찰에 잡혔다는 것 같은데 그 후로도 소식을 듣지 못한 것으로 보아 소년원으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학교 다닐 적에 유리겔라와 그가 지상파 방송에서 벌인 쇼가 유명했다. 성인들 세계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모르겠으나 어린이들 세계에서는 그의 초능력이 인정을 받는 것 같았다. 당시 신문 방송을 볼 때 그리고 지상파로 방송된 상황을 볼 때 사회적으로 유리겔라의 혹세무민을 조장하는 분위기라고 보인다. 아직까지도 유리겔라의 초능력이 진실이라 믿는 이들도 있는 줄 안다. 당시 군사정권하 혹세무민에 맞장구 치는 매스컴이 있다는 것을 이상하게 볼 이유는 없을 것이지만 그런 혹세무민이 진실로 받아들여 지기까지 자청해서 유리겔라에게 협력한 이들이 아이들 세계에 까지 있었음이 어렴풋한 기억에 있다.

 

어느 운동회 날이었던가. 전학온 것으로 아는 어떤 아이 하나가 독백식으로 유리겔라 이야기가 나오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허허. 저 사람 때문에 우리 집 시계 정말 많이 고쳤어. 대단해."

 

너무나 자연스럽고 태연하고 덕담식으로 말하여 진실인 줄 알았다. 유리겔라의 낙시성 말에 '초능력의 잠재력 상 개인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강한 사람일 수록 믿음이 강한 사람일 수록 초능력이 실현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끼로 자신을 따라 믿음으로 초능력을 발휘 "숟가락을 구부리고 고장난 시계를 고쳐"보라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이었다. 그 소년이 자청해서 유리겔러의 사기극의 자발적 '바람잡이'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맞장구 쳤던 몇몇 매스컴 종사자이나 지상파 방송 종사자들도 단지 '초능력에서의 개인적 잠재력 있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자고 그를 위한 기사를 써주었을까.

 

아무튼 그 소년 같은 이들의 자발성 때문에 나는 한동안 그의 초능력을 믿고 자신의 초능력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컴플렉스 마저 느꼈었다.

 

 

 

Posted by Alcibi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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