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죽음에 임해 세가지 이유를 들어 신에게 감사했다고 한다. 첫째는 야만인이 아닌 그리스인으로 태어난 것, 둘째는 여자나 노예가 아닌 남성이며 자유민으로 태어난 것, 마지막으로는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인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 그것이라 한다.
그런가 하면, 볼테르는 이제 거의 망해가는 "신성로마제국"에 대해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에 있지도 않으며, '제국'도 아니라고 야유했다고 한다.
지금이 한국문학에 있어서 어떠한 시대인지는 모르겠으나 볼테르가 말한 바 신성로마제국 처럼 문학이라는 것의 본령이 있다면 그 본령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것이 지금 한국문학이 아니기를 바래야 겠다. 솔직히 문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 권외인으로 어떨 때는 '지적 사기'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최근엔, 최인호 이후(그 전 박완서도 그렇고) 한국문학의 적적함도 문학을 낮추어 보게 하게 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부족한 바와 미흡한 바가 다소 있더라도 그런 몇몇 단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혹독히 비관적 시각을 갖은 사람도 많다.
어떤 역사학계 종사자인 분이 최인호의 역사소설을 (대중소설 이상이 될 수 없는 것으로) 낮추어 보면서 이문열에게는 기대를 어느 정도 걸고 있다고 말한 것을 나는 기억한다.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면서도 "이문열?"라는 마음 속의 반문과 함께 과거 인문교양의 초입자 시절 그의 소설에서 약간 배우던 시절을 씁쓸히 생각해 보았다. 과거 마광수 교수가 그의 소설을 "교양주의소설"이란 딱지를 붙였을 만큼 역설적으로 교양에서 만큼은 분명 그는 한국문단에서는 독보적인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마광수는 교양주의소설 자체를 비판했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제대로 밀고 나간다면 나름대로의 역할은 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문열의 교양주의도 한계가 보인다고나 할까? 이문열은 교양의 소재가 대부분 성서나 구닥다리나는 동양고전을 다루는데, 그것마저 그렇게 까지 깊이 파지는 않고 산만하게 늘어놓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요는 겨우 수능 혹은 논술 대비용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랄까. 이런 그가 입시논술용으로 선전된 데 크게 힘입어 <평역 삼국지>로 다른 작가들은 감히 꿈꿀 수도 없는 엄청난 부를 쌓았다는데 또 한번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는 면이 있다.
교양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쌓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아래와 같이 고 노무현 대통령 같이 고졸로도 바늘구멍 뚫기 보다 어렵다던 당시의 사법시험을 통과한 비상한 두뇌로도 독학으로 따라가기 어려움을 토로한 적도 있다.
응시자 중에 4년제는 물론 초급대학에도 안 간 사람들만을 독학도로 계산해도 그 수는 600명을 넘는데, 이 수는 서울대 출신 응시자 800명에 거의 육박하는 수임에도 합격자 수는 수년만에 하나씩 나올 뿐으로 도저히 비교가 안된다. 이런 점을 보면 대학교에는 꼭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중략)
그래도 구태여 독학을 하겠다면 독학도들의 고시 합격률이 지극히 저조한데 반하여 대학 출신자들 중에는 법대 출신 아니고도 고시에 합격하는 사람이 많고 17회에는 수석 합격자가 공대 출신이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연유하는 것이겠으나 나는 이 점을 대학에서 얻게 되는 일반 교양 과정의 지식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과거 예비 고시에 합격한 후에도 법서를 살 형편이 못 되어 군에 입대하기까지 1년간을 예시 과목의 책을 그대로 읽었고 이것이 제대 후 법서를 공부할 때 상당한 도움을 준 것 같았다. 이런 점에서 학력 제한이 철폐된 오늘의 제도보다 과거의 예비 시험 제도가 보다 합리적인 제도가 아닐까?
흔히 독학도들은 소위 공부 방법이나 수험 정보, 고시 기술론, 고시 분위기 등에 생소함을 걱정하게 되나 그런 점은 고시 잡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1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작가가 나오기 위해서는 이런 면에서도 미래유망작가들이 수월하게 제각기 자기 소설과 사상의 좋은 소재가 될 교양적 성취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 특히 교육제도 면에서도 뒷받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75년 고시계에 실린 자신의 고시합격기라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