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이 영화 리덕스 판이 나왔었다. 아마도 더 짧은 시간으로 고화질 가능한 구간으로만 편집되었다나. 옛날 김용(金庸) 소설과 그렇게 만든 비디오를 좋아하던 친구 집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알고보니 그의 <사조영웅전(射雕英雄傳)>에서 인물들을 빌어온 영화라고 한다.
여기서의 동사(東邪)인 황약사(黃藥師)는 그냥 게으름벵이 협객이 아닌 대단한 학자로 나온다. 천문, 지리, 오행, 팔괘, 예술은 물론 농업과 경제에 이르기 까지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전통 유학 등에서는 배척받는 이단의 학자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사(邪)"라는 것은 그의 이러한 전통에서의 일탈을 의미한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순수한 사랑과 진정한 명예다. 6대제자를 두고 맹인과 장인으로 된 불행한 사람을 자신의 도화도(桃花島)에서 거두어 갱생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서독(西毒) 구양봉(歐陽鋒)의 경우, 그는 서양 외모를 가진 아마 독약을 전공했던 의원이 아니었나 싶다. 그는 <구음진경(九陰眞經)>이란 책을 구하다 미쳐버리지만 무술 공력은 더욱 높아진다.
거지들의 왕초 북개(北丐) 홍칠(洪七)이 결투에서 서독 구양봉과 결투로 서로 죽이는 것은 소설에서도 나온다. 이 대결에서 구양봉의 정신이 돌아왔고 그들은 화해와 사랑 속에 죽어갔다. 한 때 여진 정복왕조 금(金)나라에서 노예였고 첫 임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손가락을 잘리는 불구의 무림고수다.
소설에서는 그 외에도 남쪽 사람 대리국(大理國) 사람 단지흥(段智興)이 남제(南帝)로 등장한다. 이들과 함께 천하오절(天下五絶)을 이루는 이는 역사적 실존인물로 도교(道敎) 종파인 전진교(全眞敎)의 창시자 왕중양(王重陽)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