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 전에도 운을 띄워 본 일이 있던 유행하는 말로 식겁할 중학 때의 일을 다소 무리함을 감수하고 고백해볼까 한다. 이것은 당사자에게는 명예가 실추 훼손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난 일이고 하지만 한국의 세태 중의 하나라 이제는 한번 제대로 밝혀볼 만하다고 생각에 용기를 내어보는 것이다.

 

나의 중학교 3학년 때의 담임은 곧 중학교 2학년 때의 담임이기도 했다. 이전 학년에 그는 그럭저럭 좋은 선생 중의 하나였다. 실없는 농담을 자주했지만 그것이 아이들에게 해가 될 일은 아니고 반 자체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반편성 자체가 좋은 탓도 있어서 유난히 성적우수자가 많았다. 물론 경쟁은 그 많큼 "빡쎄져서" 반등수는 대개 내려갔었다. 방과 후 체육대회를 거창하게 행했던 기억 등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추억으로 삼을 일들이 있다. 근데, 3학년 되자 많이 바뀐 듯하였다. 그에 관해서 할말이 적지는 않으나 컨닝에 관한 아주 작은 에피소드만을 소개하려는데, 이 어글리한 그림이 이 인물의 모든 것과 모든 인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는 점은 미리 밝힌다. 분명 그는 2학년 때는 좋은 교사였으니까 말이다.

 

중학교 3학년은 일부 불량써클 특히 일진급 폭력써클 가입자에게는 자신들의 위력을 성적올리는데 사용하려고 열을 올리게 하는 시기가 되어버려 있었다. 한참 후에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정책적으로 그리 된 탓도 있었다. 실업계 진학전형이 연합고사 성적을 배제한 체 완전내신화되어 거의 전국적으로 교내정기시험 마다 컨닝열풍이 불었다는데 나는 여지까지 그것이 내가 다닌 학교에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중간고사 직후던가 학내 일진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적발이 있었는데 우리 반의 문제아 3명이 모두 걸렸었다. 담임 교사이던 그가 잘못한 것이라곤 일찌감치 그들의 기를 살려준 것일 뿐이었다. 녀석들 중의 하나를 폐품부장을 시켜준 일을 비롯 선도 차원에서 그들과 자주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먹을 것도 사주고) 그러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레 말하곤 했다. 처음들었을 때 나는 그것을 선도 차원의 교육적인 배려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결과는 오히려 빗나간 것이었다. 담임선생님의 그 같은 신임이 그들의 부정행위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되었다. 그는 후회했고 분노를 표했다. 여기까지는 이렇게 놓고 보면 그저 흔한 "참교육" 실천사례의 의도치 않은 실수라고 볼 수 있는 외에는 그렇게 크게 분노를 살만한 것은 없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교육적 방침이 그 믿음을 배신당한 것일 뿐이니까.

 

문제의 일은 그 바로 뒤에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의도에 대해 아리송해하며 의심하게 하는 것이고 한편으로 그의 위선과 책임떠넘기기에 두고두고 치를 떨게 할 일이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학생부 선생님들의 조사 후 곧 한 명의 우등생이 컨닝페이퍼를 돌려 그 3명의 성적을 올려준 죄가 밝혀졌다. 당시 그는 선도부장으로 나름 선생님의 측근이라 할 만했다. 당시 소풍사진을 보니 반장과 함께 선생님과 나란히 선 모습이 보인다. 그는 다시 분노했다. 그를 호명하면서

 

"이 놈아. 그러고도 니가 선도부장이야."

 

하면서 주체하지 못할 모든 분노를 그에게 쏟아 부으며 욕을 하고 매(막대)를 사용했다. 그리고나서야 겨우 추스릴 수 있다는 듯 그를 학생부로 넘겼다. 그걸 지켜보던 나와 아니 우리반 아이들 모두 그야말로 "식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막연히 그의 그런 분노를 책임회피나 위선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그가 모르는 뒷이야기가 있다.

 

사실 나는 그 후로 오히려 그 선도부장 아이를 동정하게 되었는데 사실 그와 나의 사이는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다. 녀석도 그리 넉넉한 집안사정은 아닌지 수수한 차림의 우등생이었는데 나와는 다르게 실기를 잘하고 필기는 나보다 좀 못해서 성적상 나랑 엎치락 뒤치락 하던 2학년 때 부터 같은 반인 녀석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등생이면서도 교우관계도 좋고 건강한 면이 매력이라면 매력인 그런 녀석이었는데 나에 관해서라면 냉소적이라 서로간의 교류가 2년간에도 전무하다시피 했었다. 한마디로 내게 상당히 불편한 존재였는데 그 일로 그에 대한 그런 생각이 오히려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게 되었던 그 선생님이 모르는 뒷이야기란 이런 것이다. 바로 그 대대적인 컨닝 부정행위가 있던 직전에 우리 반 아이들 전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큰 소동이 있었다. 그 문제아 세명이 시험시작 직전 그러니까 종이 치고 감독교사가 입실하기 직전까지 그 선도부장 아이에게 부정행위를 강요하고 협박하였다. (모두가 지켜보았으나 아무도 그것을 선생님들에게 알릴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제보자는 전교적으로 있긴 있은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전교 캡짱이란 녀석은 적발되지 않았는지 소기의 성과를 거둔 모양으로 불량학생으로는 꽤나 실업게 진학에 유리한 성적을 올렸다고 들었다. 워낙 덩치 큰 거인이었으니.) 그 때 그들의 대사가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잊히지 않는 것이 "너는 어차피 (연합고사 쳐서) 인문계 갈 거잖아"라는 것인데 자기들은 내신 올려 명문실업계 가야겠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렇게 그 폭력적이고 완강한 부정행위 강요가 그렇게 거절된 것으로 알았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단념되었다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이 사건을 놓고 보면 그녀석은 부정행위를 끝까지 거부하고자 했으나 결국 시험보는 중에 신변의 위협을 느껴 그에 굴복한 셈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담임 선생님이 통상 알리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중에 문제가 된 것은 그 후로 소문을 통해 그 셋에게 뭔가 금품을 제공받았거나 뭔가를 얻어 먹었기 때문이란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를 마지못해 부정행위로 이끈 결정적인 것은 그들이 후에 제공한 편의나 금품이 아니라 그들의 위협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고 그 점을 헤아린다면 담임 선생님의 앞서 선도부장에게 표한 분노는 지나치다는 생각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좀더 생각해 보면 담임교사와 그렇게 가까이할 기회가 많았던 우등생 조차도 그들의 그런 엄청나고도 터무니 없는 요구에 굴복하지 않았을 때 당할 보복에 대한 신변상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 기가 막혔던 것이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처음 담임선생님이 그들에게 폐품부장 같은 일을 맡겼던 것은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나 반아이들에게 대단히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그는  반아이들 전체가 다 아는 그런 뒷이야기가 있음은 짐작도 못한 채 후에 그가 그들에게 뭔가를 얻어쳐 먹은 한가지 사실만으로 모든 책임을 그에게 돌릴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전의 그가 모르는 앞선 일을 아는 입장에서는 그의 분노에 그저 "식겁"할 수 밖에 없었다. 사소한 명목으로 당연히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으로 밖에는 안보였다. 실상 그 선도부장의 잘못은 그리 크게 욕먹을 것이 아니라 다지고 보면 교사들이 학생을 보호할 수 없는 현실이 문제였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비교적 자주 이야기하고 접촉할 선도부장이 그랬으니 다른 아이들이야 오죽 했을까.

 

아 그순간 나는 그와 2년간을 같이 지내야 하는 운명을 깊이 후회하였다. 아, 하느님. 제발 왜 저를 이런 반에 들어오게 하셨사옵니까. 중학 입학 후 2년간의 비교적 호강 끝에 마침내 남은 1년의 참화를 만난 나의 비탄이었다. 제발 빨리 이 반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매일매일 빌고 또 빌었다. 아마도 꿈속에서는 아직까지 그렇게 빌고 있는 것 같다. 이 한 번의 일로 진짜 학교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해 졌다. 비록 그들이 정학 등의 처벌을 받기는 했어도 말이다.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질이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2학년 때는 자상한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 일이 있기까지는 말이다. 졸업 후 마지막 반동창들과 그를 찾았을 때는 당시 성적이 떨어진 의기소침한 나를 보고 미안한 표정은 좀 지을 정도로는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가진 그냥 보통사람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의 보탬이나 거짓도 없는 그 날 그 선도부장 아이의 이름이 불리던 풍경이었다. 마치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장면 같은 그런 풍경말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불량한 아이들에게 반운영의 일부를 맡기는 담임을 근정적으로 보는 진보적 식견을 가지신 분들의 독선적 훈화와는 달리 교육적 선도적이라고 보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같은 문학작품에도 나오는 바고 대개 일반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는데 오히려 참교육을 부르짖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진보라고 하는 이들만 현실을 돌아보지 않고 이런 것을 교육적 선도적이라 하고 선각자연하면서 그 개선에 홀로 완강히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Posted by Alcibi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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