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홍신이 쓴 소설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것 중에 이런 소설이 있다. 과연 이것이 김홍신의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보면 질겁 내지 식겁할 내용이다. 한 번 읽어보고 충격을 받았다.
줄거리는 부득이 살다살다 먹고살기 위해 강도를 생업으로 삼게 된 청년이 어느 순수하고 정숙한 여대생을 만나 너무나 "순정적으로 진실되게(?)" 사랑한 나머지 "사기" 결혼을 시도하다 인생 종친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 무슨 공짜가 있는 줄 알고 순수와 정숙을 찾지만 알고보면 별다른 노력없이 날로 먹을 생각 밖에 못하는 마치 과거 촌에서 상경한 농촌총각 같은 주인공이 실제로 만나게 되는 것은 무서운 암흑가 뒷골목의 세계였다. 단 한번의 실수로 그들의 세계에 빠져 옴짝달쌀할 수 없게 된 그는 덫에 걸린 채 그들의 희생양이 되는데........ 세상도 여자도 그리 만만한게 아니더라는 교훈.
벌거숭이라. 비슷한 말로 애숭이, 풋나기, 건달 이런 말도 제목으로 쓸 수 있는 것 같다. 혹시 <인간시장>의 '장총찬'도 결국 현실에서는 벌거숭이라는 것이 작가의 메세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끔찍하다. 생각해 보면 1988년의 드라마 장총찬은 정말 대단했었다. '응팔' '응팔'하는데 그 해 가장 그리운 것 중의 하나가 이 장총찬이었다. 원작에 비해서 작가가 많이 걸러내서 만들어냈던 한마디로 일반시민들의 진실된 바램을 현실적으로는 어렵지만 공상하고 싶은 영웅주의와 결합해 만들어낸 드물게 흥미로운 작품이었던 것 같다. 생각하면 이런 식의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민주화 원년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작용한 것 같다. 당시를 생각하면 <사랑이 꽃피는 나무> 식의 훈훈한 이야기들이 유난히 많았는데 이게 90년대 부터 냉소적이고 가학적 분위기로 바뀌었다. 아, 아무튼 88년 장총찬이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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