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야한 여자" 열풍이 불던 당시 진보진영에서는 이를 꽤 심각해 했었고 그 중에 한 반응으로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라는 책이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책을 읽어보면 나름 일리있는 여성론이요 인생론이란 생각은 들어 그 유의미성이나 책의 가치는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마광수 주장에 대한 반론인가 하는 점에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마광수 주장이 논란이 있으나 어느 정도는 또 나름 일리있는 주장으로 인정되는 것을 보면 그렇게 까지 흑백으로 딱잡아 갈라 그르다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저자가 마광수 주장을 정확하게 짚어가며 박반하는 것이 아니라 마광수라는 이름을 들어 별도의 자기 인생론을 펼치는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책을 쓴 동기가 되었다는 친구인 국어교사가 받아 본 편지에서는 뭔가 작위성의 냄새가 난다. 입시 지옥에 찌들어사는 당시 풍토에 연애편지라면 믿을까 참하고 보수적이며 지적인 여고생이 왜 공부는 안하고 마광수의 책을 읽고 고교교사에게 저런 편지를 진짜로 보냈을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차라리 당시 인기있던 라디오 DJ에게 보낸 편지라면 오히려 이해 할만하고 편지 자체도 라디오 프로에 사연을 보내는 식이라 여학생이 교사에게 보낸 편지로는 영 어색하다. 하긴, 요즘도 그렇고 라디오프로에 시청자 사연으로 소개되는 수많은 이야기들 역시 어떤 식으로든 방송작가의 각색을 거쳤을 테고 또 시청률이나 이런 경쟁을 생각하면 아예 사연을 조작하고 만들기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위의 편지든 라디오 DJ가 받았다고 방송에 소개되는 편지든 조작이긴 매한가지 같다. 작가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의도라면 그런 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좀 억지스럽고 자연스럽지 못하며 어색한 출발이라는 것이다.

 

이 얘기 하니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라디오 DJ에게 편지써서 신청된 노래 나올 때마다 발광하는 남자 이야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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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cibi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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