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최인호의 정치성향에 대해 의심하는 글을 간단히 썼다. 그의 두 수필집에서 소재를 찾았다. 이번엔 그 이전에 나온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라는 수필집을 읽었다. 정치성향을 알게 해주는 말도 있고 그에 대해 뭔가 시사적인 구절이 있어서 아래 두가지에 대해 써본다.
1) 최인호의 정치성향
최인호의 정치성향에 대해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한강 다리 아래 한강은 흐르고」란 글이다.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다만 그 당시 대통령 김영삼에 대해서 그는 '내가 찍은 한 표의 영샘이 아저씨'라고 밝혔다. 당시 대선은 김영삼-김대중 대결구도에 현대그룹의 정주영 씨가 가담한 3파전이다. 삼당합당을 해서 전두환-노태우의 신군부 대통령을 계승한 상태의 김영삼을 찍었던 것이라면 그의 성향이 보수나 온건함에 있다고 봐줄 수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앞의 수필집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그런 맥락으로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어디서도 '임상옥'을 들어 아첨하는 듯한 태도는 다른 대통령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 보다는 할말은 당당히 하고 오히려 내려다 보는 입장 작가적 자존심을 허물지 않고 당당하게 지킨다.
2) 자기작품에 대한 모순된 태도
어느 순간 부터 최인호는 수필집을 통해 몇가지 '덕담'에다가 자기 책 선전을 하기 시작했다고 나는 얼마 전부터 생각했다. 아닌게 아니라 자신이 그것을 의식하고 있으면서 그것이 독자들에게 '사기'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곳에서도 또 자기 책을 홍보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 과거 내가 올린 바 있는 <지구인>이란 책의 표지 사진을 한 번 더 보자.
'작가는 작품으로써만 응답해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슬로건이었다. 그래서 그는 초기 책들에서 '작가의 말'따위도 일절 쓰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이 태도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작가의 말이나 수필집을 통한 자기작품 선전이 굉장히 많아졌다. 이러한 것에 대해 이 책에서 이런 변명을 한다.
'솔직히 작가가 소설이나 작품 아닌 것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작품이 아닌 다른 형태로 자신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미화시키는 일종의 사기 행위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도 자기의 홍보행위가 '미화'나 '사기'가 될 수 있음을 고백한다. 예전에는 겸손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사실인 것 같다. 특히 눈물짜는 통속소설에 경아가 그립다는 둥 희박한 근거로 자꾸 긍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호스티스 문학으로 비판되었다'는 반론도 소개는 하고 있지만 뭘 모르는 사람을 호도시키고 현혹시키기는 충분하다고 할까. 그래도 최인호 쯤되니 한편으로 사기나 미화가 될 수 있다고 고백한 것이란 생각들도 든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길없는 길>이 그리 대단한 삶의 진실을 담은 소설인지 뭘로 증명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든다. 사실 이 작품이 충격적인 것은 무절제하고 병적인 인간을 그리는 취향을 보였던 그가 불도를 닦는 수행자의 모습을 잘 그려낸 점인 것은 분명하여 그를 다시 볼 소지는 있지만, 그 이상의 뭔가는 발견하지 못했다. 역사소설 같은 경우도 애국심이나 민족적 감성에 호소한다. 역사공부에 관한 한 특히 고대사 분야에서 분명히 최인호도 굉장한 지적 성취를 이미 이룬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그것이 문학적인 완성도나 세계관에 대한 온전하고 체계적 지식을 획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보인 제한된 역사지식이다. 그리고 그는 고대사 애국주의를 한국의 교과서에서 설정한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제도권' 역사소설가였다. 광개토대왕비설은 최근에는 낭설이나 음모론 취급을 받고 이제는 '김일성가짜론'에 비길만큼 삐뚤어진 애국사관으로 취급받는데도 그의 초기 역사소설 <잃어버린 왕국>에서는 그런 보수사관을 답습하고 있다. 우연찮게 당시 이 학설(석회도말론)이 군사정권하에서는 일본비난의 단골소재였다. 그는 신채호의 민족사관까지는 접근하지 않는다. 사실 센세이셔널한 과장적 애국주의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설주제로는 매우 달콤한 주제인 우리 영토가 어디까지였다는 것에서 그는 대체로 보수제도권이 설정한 선을 잘 안 넘는다는 것. 사실 이러면 흥행은 더 어려워지지만 '환빠"류의 망상이나 환타지로 빠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 이상이 내가 생각하는 최인호 소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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