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작가이자 아동문학가 이원수가 어렸을 적부터 소년회 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원수 시대의 소년회는 어떤 것이었을까?
한, 일제측 기록에 의하면 좌익계 소년회의 강령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원수의 소년회 자체가 좌익계였는지는 전혀 알수 없으나 결국 그가 좌익사건에 연루되었던 것을 보면 그의 어린 시절을 그런 면에서 추정해 보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그의 의식세계에 대한 한 실마리라고 볼 수 있다.
행동강령은 아래와 같다.
1. 우리 소년은 비밀을 사수하자.
2. 우리는 전위대를 잊지 말자.
3. 우리는 가정을 떠나 운동전선으로.
4. 무산자의 자식은 무산자를 위해서 활동하자.
5. 우리는 청년의 피케, 레포를 맡자.
6. 우리 소년은 청년의 훈련을 받자.
일제시대의 좌익단체는 그 자체로 보면 독립운동단체로 보기도 하여 이 소년답지 않음을 강요하는 강령도 그런 면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상 소년에게 선의로 보아주어서 "독립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 운동전선에서 사실상 "스파이"로 활동하도록 하게 하는 면이 엿보인다면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전혀 소년답지 않은 소년운동.
이런 영향탓으로 이원수는 그다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소년을 자살특공대로 양성하자는 "총후" 선전의 대오에 섞여 앞장설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그랬던 그의 배경에서 다소 전태일의 일을 간접적으로나마 소년들에 소개하는데 무려 사건 채 1년이 되지 않을 만큼 주저하지 않았던 배경이지 않았을까? 물론, 나는 전태일의 일의 잘잘못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소년들에게 소개하고 예찬한다는 것은 일제가 가미가제특공대를 예찬하는 것보다 기껏해야 조금 밖에는 낫지 않은 일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배경과 그의 총후 가담에서 소년을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비정한 그의 잠재의식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이원수의 문학세계는 위의 소개한 행동강령에 입각한 세계관을 가르쳤는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위 강령은 소년답지 않고 어딘지 청년 이상을 모방한 좋게 보면 독립운동 소년단원 같기도 하지만 나쁘게 보면 마치 소년스파이와 같은 행동을 강요하는데, 이원수의 아동문학에 등장하는 소설은 이와 반대로 고지식하고 순진한 완벽하게도 소년다운 소년이다. 한마디로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 소년. 현실의 때를 묻히는 것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 소년이 이원수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역시 이원수가 위 행동강령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을까. 그건 그렇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소년시대는 모르지만 이원수는 분명 한창 때에 좌익사건에 연루되었기 때문에 저러한 좌익적 세계관이 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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