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1
이 유명한 시는 김소월의 시이다.
초혼 외에도 같은 제목으로 쓰여진 유서 깊은 시가 하나 있는데, 이는 초(楚)나라의 시들을 모은 문집인 <초사(楚辭)>의 초혼이다. 다 알다 시피 초혼이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는 의식인데 김소월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다만, 여기서 는이 의식을 담당하는 사람은 역시 샤먼으로 생각되는 무양(巫陽)이다.이는 시베리아의 샤머니즘이 이 당시 중국의 남방까지 깊숙히 파고 들었던 증거도 된다. 초사의 처음에서 그는 죽은 이의 혼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2
魂兮歸來!
혼이여, 돌아오라!
去君之恆干,何為四方些?
너의 옛집을 떠나 사방에 가려느냐?
捨君之樂處,而離彼不祥些。
네 기쁨의 거처를 버리고 떠나면 불행을 만나게 되리라.
이어 무양은 동서남북의 사방(四方)과 상하계(上下界)는 온갖 요괴가 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고통스러운 곳이라는 설명으로 애타게 죽은 이들의 혼을 부른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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