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여러 상념에 빠져 길을 좀 걷다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와 서럽던 옛 생각이 났다. 요즘 겨울올림픽이다 뭐다 난리인데, 난 운동선수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였던가 성적이 좀 떨어졌을 적 일인데 혼자 매점에서 라면을 먹을 때 투기종목의 운동선수 한 녀석이 내 앞에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갔다. 알지도 못하는 녀석인데 오다가다 몇 번 얼굴이나 본 녀석이 누구에게 말했는지 알게 뭔가. 매점을 나서서야 그 녀석이 다시 부르면서야 뭔 말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지 라면 먹은 걸 나더러 치우라는 것이었다. 따라와서 마치 당연하다는 듯 다시 내게 명령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다지 힘이 세지 않아서 두말 없이 그냥 치워주었다. 어차피 내가 힘으로 운동선수를 이길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런 녀석들은 대개 패거리라 이겨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 였다. 살면서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서럽던 기억이다.
나는 그래서 대학에서는 천하무적의 싸움군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 그런 불량한 놈들을 학교니 뭐니 해서 다시는 정기적으로 만날 일 없으니 일대일로 한번 비슷한 짓을 내게 하려하는 녀석들에게 맛을 좀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때 내 각오는 딱 <영웅본색>에서 주인공이 "다시는 내 머리에 총을 못 겨누게 하겠다고 결심했다"는 그것이었다. http://youtu.be/DB9Z-p-lVug?t=1m48s
태권도 단증을 따두는게 유리하다는 누군가의 말을 무시하고 좀더 강한 격투기를 배웠다. 하루에 두시간 당시는 학점을 우습게 여기는 풍토라 교양수업시간까지 빠져가면서 수업이상으로 진지하게다. 아마 몇달간 그 하루의 2시간 만큼은 정말로 내가 지금 태릉선수촌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열심히 하는 내가 딱해 보였는지 형뻘 나이의 사범씨도 내게 특별히 싸움기술을 잘 알려준 것 같았다. 그 뒤로는 외진 거리를 쏘다니다던가 하는 일에 큰 어려움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좌우간, 여기서 배운 교훈을 솔직히 나랑 비슷한 처지의 경험을 한 이들을 위해 이야기 하자면 태권도 사범이나 관장들에게는 욕먹을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태권도장 같은 데서 헛수고하는게 아니라 다른 동양무술 다루는 격투기 도장 같은데 가서 좀 열심히 하면 호신술을 제법 익힐 수 있다는 것과 싸움실력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운동을 하면 몸은 즉 건강은 좋아진다는 것이다. 운동이라는게 타고 나야 하는 면이 있어서 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장 할 수는 없긴 하지만 말이다. 1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샜는데 아무튼 돌아와서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해 보면 내가 애당초 꿈꾸었던 일이 처음 생각하는 것만큼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는 것. 때론, 나 보다는 남에게 분노한 바가 크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어떤 이들 중에는 처음엔 선의를 가장하고 접근하면서 웃는 낯으로 내가 하는 일마다 훼방을 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에 의해서건 내 능력의 한계 때문이건 짜증나게도 중심으로 가지 못하고 옆길로만 배회와 방황을 계속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지 않은 길은 고사하고 훼방을 놓는 그런 음흉한 녀석들의 뱃속이나 먼저 헤아렸을 걸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 어렸을 때 태권도도장도 다녔기에 태권도하면 이가 갈린다.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제대로 싸우는 법은 도무지 가르치질 않았다. [본문으로]
'소설과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에서 - 김광석 (0) | 2014.03.03 |
---|---|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0) | 2014.02.26 |
초혼(招魂) (0) | 2014.02.26 |
빅토르 안에 대한 찬사 하나 (0) | 2014.02.22 |
대한민국 문단(文壇)의 "빙상연맹" (2) | 2014.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