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냥 우스운 이야기인줄 아는데 웃으면서 읽다가 끝까지 읽으면 울면서 덮는 책이라고 한다. 돈키호테의 별명 자체가 이발용 대야를 투구삼아 들어 쓴 넋나갈 정도로 "슬픈 얼굴의 기사"니까. 사실 길고 지루해서 대충 읽는데 돈키호테 스토리보다 피카레스크 구성으로 끼어든 몇몇 이야기들이 상당히 일관성이 있으니까 사실 돈키호테의 슬픔과 광기가 그 이야기들하고 상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있다. 어느 신부는 돈키호테의 광기를 기사소설을 많이 읽은 탓이라며 돈키호테의 서재를 불살러 버리나 돈키호테를 미치게 한 것은 적어도 반쯤은 그 액자화된 이야기들 속에서 찾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기사소설 읽고 미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사실 그 이야기는 슬픈 러브스토리다. 돈키호테 역시 그 러브스토리들의 주인공 같은 상황 때문에 미쳐버렸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울면서 덮지 않을 수가 없다.
라만차의 자칭 기사 돈키호테의 모습.
<Man of La Mancha - Knight of the Woeful Countenance> 중에서
참고로 나에 관해서 덧붙이자면 일상에서 벗어난 모험같은 것을 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더라면 그런 열망을 가장 갖게 했던 기억은 아마도 계속 이어지는 따분한 일상과 착하지만 뭔가 지루한 성격의 친구와 친했을 때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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