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적 죽음이어서일까 작가 최인호 사후 출판된 "유고"는 온갖 회개와 뉘우침으로 가득한 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말하지 않는 것 같다. 그 구체적인 것은 오직 고해성사를 맡은 신부에게만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일까.
어릴 적 친구 중에 성당에 다니는 부모가 개신 교회에 다니도록 한 경우가 있었다. 넌 도대체 왜 그 교회에 다니냐는 말을 하니 자기 집 내력을 이야기한다. 솔직히 내 질문의 의도는 내가 그 교회 다녀본 입장에서 부모가 안나가는 교회 자식이 열심히 다녀봐야 교회에서 뭐 좋아하냐는 그런 실례되는 질문이기도 했는데(난 눈치가 없는 놈이지만 벌써 나랑 같이 장난으로 잠깐 다니던 눈치빠른 녀석들이 웅성대는 걸 들어서) 녀석은 나름 착하고 고지식한 아이여서, 자기 할아버지가 개신교회 다니다가 갑자기 임종 전 천주교 세례를 받아서 부모님들도 그리로 개종하고 자신만 남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카톨릭은 참 복잡한 것 같다. 카톨릭은 죄를 짓는 것과 용서하는 것에 대해서 복잡해 보인다. 루터는 "은사"라고 흔히 불리는 면죄부에 대해 사제가 죄를 용서하니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좌우간, 명마와 싸우면서도 죽음 전까지도 계속해서 글을 써 원고지 위에서 죽겠다는 작가정신을 보여준 그의 기개는 높이 살수 있다. 다만, 죄인 최인호가 사제 앞에서가 아닌 독자들 앞에서 이런 식의 회개와 뉘우침을 하는 것은 뭔가 카톨릭 교인으로는 왠지 엉터리 같아 뵌다. 뭐 어떻게 유명작가가 엉터리 카톨릭이냐고 따지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고. 이 작가의 카톨릭 개종은 글쎄 뭔가 어색하고 조금 주제넘어 보인 것 같다. '경허'에 자신을 비하며 스스로 진리의 화신인 듯 자신하던 그가 새삼 무슨무슨 교에 귀의한다고 하는 것이 그 종교에 실례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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