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나"의 생활은 한마디로 좌정관천(坐井觀天). 그는 이불 속에서 늘 사색을 하고, 돋보기 장난 등 오락을 겸해 이런 저런 연구도 하지만 그 마저도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아니,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인대도 우선 조잡하다. 최후의 연구 대상은 아달린과 아스피린. 그리고 궁리 끝에 그의 아내와 결혼 생활에 대해 이런 딱한 결론 내린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소설 첫머리에 나오는 과거에는 천재였다가 박제화된 자가 이 사람이라면 여간 안쓰러운 것이 아니다. 하두 딱해 나도 모르게, 거리를 쏘다니는 마지막에 그가 애타게 찾은 "날개"가 그의 의욕없는 삶에 새로운 활력이라도 불어넣어 주었으면 하는 절실히 응원하는 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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