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시절의 기억에 심상치 않은 비중으로 남게 된 것이 "이원수 아동문학"이다. 예전엔 TV프로에도 아동극 아동용 시간대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것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는 그 "쓸모없는" "아동용"의 문학이다. 아동기가 길어진다는 것은 그 만큼 사회적응이 어렵게 된다던가. 나는 어린 시절 공교롭게 그리고 처음에 원치안게도 <이원수아동문학전집> 30권짜리를 읽으며 자랐다. 난들 그러고 싶었겠으나 마는 어쩔 수 없었다. 무슨무슨 전집이 새책으로 들어온 것은 당시로서도 우리집 사정에 당치도 않은 것이었는데 그것을 들여놓으니 막상 다른 책을 집어 넣을 틈이 없게 된 것이었다. 지금 부친에 그것을 사온 이유를 여쭈니 "아는 사람 청에 못이겨"라는 답을 들었다. 나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고 결정지은 그 책의 유입은 이렇듯 우연하게 이루어 진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 아동문학의 산 스승이라 여겨지던 이원수를 '부왜문학인'이라는 낯선 명칭으로 부르는 이가 나타났다. 한마디로 친일을 했다는 것으로 그를 조목조목 밝히는 책을 세상에 내 놓은 지 꽤 되었다. 잘 이해가 안되지만 다음과 같은 동시가 부일의 혐의가 있는 시라는 것이다.
달 달 달 달
어머니가 돌리는
재봉소리 들으며
저는 먼저 잡니다
‘’어머니도 어서
주무세요, 녜."
밤중에 잠이 깨면
달 달 달 달
아직두 어머니는 안 주무시고
밤중까지
싻바누질 하시는구나
달 달 달 달
「왜 잠 깻니
어서
자거라.
어서 자거라.」
재봉 소리와
어머님의
고마우신 그 말씀
잠이 들면
꿈 속에도
들리웁니다.
달 달 달 달
「왜 잠 깻니
어서 자거라
어서 자거라.」
전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 같지만 당시 전시동원체제하에 앞으로 ‘성전에 목숨 바쳐 싸우게 될 아이들의 생활자세를 준비시키기위한 예비단계로서의 목적문학이라는 것인 듯 한데, ‘총후’ ‘소국민’ ‘신생활도’ ‘후생보국’의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딱지가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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