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수는 국민대표동요 <고향의 봄>의 작사자로 잘 알려져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읽은 이원수 전집에도 동시 편이 있는데 <고향의 봄> 이외에 유독 기억나는 것이 오끼나와의 어린이들이란 시였다. 아이들을 선전 선동해 자살특공대로 만든 제국주의 일본의 잔인성을 규탄하는 글이다.
일본 오끼나와의 어린 아이들은
남의 나라 뺏으려는 도둑질 전쟁 끝에
악마 같은 명령을 좇아
폭탄을 지니고 연합군의 진지(陳地)로
죽음의 진지로
가엾이 뛰어들어 무참히도 죽어갔다.
5학년의 어린 아이도 있었단다.
너와 같은 열 살짜리도 있었단다.
백성들은 죽여서까지도
저희들만 잘 되려는
나쁜 사람들의 정부 밑에 살았기 때문에
커 보지도 못하고 죽어간 어린이들
우리는 그 흉악한 나라에서 빠져 나왔지만,
독립 만세 부르며 기뻐 뒤는 가운데서도
가엾이 죽어간
오끼나와의 어린 동무들을 생각하자.
다 같이 잘 살 줄 모르는
욕심장이들을 없애지 않고는
즐거운 나라는 될 수 없단다.
어린 동무들아,
부지런히 배우고 어서 자라서
우리는 꼭
좋은 나라 세워 가는 일꾼이 되자.
소으름이 끼치는 것은 일제말기 아동문학가로서 자신의 소임이 자살특공대로 까지 자라날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것을 자신이 너무나 똑똑히 의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시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금 이 시를 곱씹는 나는 이원수 작가에 "일본제국주의의 주구"란 말이 아깝지 않을 만하다. 다만 십분 양보해서 이 시를 통해 자기 반성을 하고 있다고 보아주자. 어디 이원수 뿐인가. 무슨무슨 선생이란 이름으로 불린 이면에 이 따위 아이장사 계집장사 사람장사를 행하고 있는 이들이.
개인사적으로 5학년이란 말이 나오니 내가 딱 그의 소설을 즐겨읽었던 것이 5-6학년 때였다는 것 아마 4학년때부터 막연히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시기의 이상한 점이라면 국민학교 입학전부터 입학 초기 두세 해 정도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괴로움을 많이 맞본 단계였다면 역설적으로 그의 글을 애독하던 시기는 이상하리만큼 태평했고 그런 괴로움을 막아줄 방패막이가 있었고 그런만큼 이원수아동문학의 지향대로의 착한소년이 될 수가 있었다. 다만 어둑어둑한 더 어린유년시절의 상처를 깊이 간직한 경계심이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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