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민학교 내내 오락실에 가지 않았다. 소심한 착한 학생인 편인게 거기서도 드러나는데 단 한가지 오락 과거 "더블드래곤"이라는 격투 오락이 나오기 까지 엄청난 인기를 누린 <바블바블>만은 예외였다. 난 <바블바블> 마니아로 결국 100판을 여러 번 깨는 모습을 여러 아이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시연한 적이 있을 정도다. 어떤 유래냐 하면 그 해에 트리오라고 하나 방과 후를 같이 하게 된 나 포함 세명이 있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오락실을 꽤 좋아하였던 것. 그것이 인연이었다. 그 녀석은 물론 유행이 된 그 오락을 좋아하였다.
그런데 그 오락은 "이인용"인데 좌우측이 서로 대등한 능력을 가지지 않았었다. 보너스 대수 제공이 한계가 있던 1인용석의 노랑색 공룡은 결국 2인용석의 파랑색 공룡의 들러리가 되어야 한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난생처음 오락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는데 옆의 녀석이 오락핸들만 잡으면 성질이 제법 거칠어져 마냥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어쩌나 플레이가 안되면 나까지 덩달아 미안해 져야 했다. 사실 그것도 내 돈으로 한 것은 아니고 나머지 한 녀석이 당시에 이상하게도 용돈이 넘쳐나 물주노릇을 했고 결국 내가 그 자리 들어가 1인용석을 차지한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물주는 점잖은 녀석으로 아예 자기는 <바블바블>은 관심없다면서 다른 많이 즐겨지지 않는 오락에만 심취하기라도 하는 척 하였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쨌든 이 오락이 재미있어지긴 하는데 문제는 그 녀석들이랑 오면 2인용석의 파랑색 공룡을 할 수가 없다는 것. 결국은 따로 와서 2인용석이 빈 채 할 때 거기 이어서 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사실 이 오락이 워낙 1인용이 들러리라 이럴 때도 눈치 보여서 좀 나보다 세다 싶은 아이가 1인용하고 앉아 있으면 이어서 하는 것을 피했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100판을 깰 실력을 가질 수 없었고 실력이 급진전 한 것은 이웃에 좀 더 그럴 듯한 오락실에 간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 동네가 별달리 잘사는 동네는 아니나 차도변에 난 차시뮬레이터도 있는 좀더 그럴 듯한 큰 오락실이 있었다. 거기가니 똑같은 <바블바블>인데도 얘들이 가는 판수가 달랐다고 할까. 내가 다니던 것은 3-40판 가면 많이 간다고 하는데 얘들은 그것부터가 달라서 기본이 50판이고 100판까지 가는 것도 드물지가 않았다. 방학동안 그 곳에서 기웃거리며 좀 하는 척 하다가 그 동네 애들 하는 것 구경삼아 보니 100판 깨는 일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100판을 깼음에도 유행은 다시 <더블드래곤> 같은 오락으로 넘어가 있어 오랜 동안 주목받지는 못했다. 아무튼 생애 오락실 자주 간 건 그 한 해 뿐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 해 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엄청나게 시력이 나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