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적 죽음이어서일까 작가 최인호 사후 출판된 "유고"는 온갖 회개와 뉘우침으로 가득한 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말하지 않는 것 같다. 그 구체적인 것은 오직 고해성사를 맡은 신부에게만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일까.

 

어릴 적 친구 중에 성당에 다니는 부모가 개신 교회에 다니도록 한 경우가 있었다. 넌 도대체 왜 그 교회에 다니냐는 말을 하니 자기 집 내력을 이야기한다. 솔직히 내 질문의 의도는 내가 그 교회 다녀본 입장에서 부모가 안나가는 교회 자식이 열심히 다녀봐야 교회에서 뭐 좋아하냐는 그런 실례되는 질문이기도 했는데(난 눈치가 없는 놈이지만 벌써 나랑 같이 장난으로 잠깐 다니던 눈치빠른 녀석들이 웅성대는 걸 들어서) 녀석은 나름 착하고 고지식한 아이여서, 자기 할아버지가 개신교회 다니다가 갑자기 임종 전 천주교 세례를 받아서 부모님들도 그리로 개종하고 자신만 남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카톨릭은 참 복잡한 것 같다. 카톨릭은 죄를 짓는 것과 용서하는 것에 대해서 복잡해 보인다. 루터는 "은사"라고 흔히 불리는 면죄부에 대해 사제가 죄를 용서하니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좌우간, 명마와 싸우면서도 죽음 전까지도 계속해서 글을 써 원고지 위에서 죽겠다는 작가정신을 보여준 그의 기개는 높이 살수 있다. 다만, 죄인 최인호가 사제 앞에서가 아닌 독자들 앞에서 이런 식의 회개와 뉘우침을 하는 것은 뭔가 카톨릭 교인으로는 왠지 엉터리 같아 뵌다. 뭐 어떻게 유명작가가 엉터리 카톨릭이냐고 따지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고. 이 작가의 카톨릭 개종은 글쎄 뭔가 어색하고 조금 주제넘어 보인 것 같다. '경허'에 자신을 비하며 스스로 진리의 화신인 듯 자신하던 그가 새삼 무슨무슨 교에 귀의한다고 하는 것이 그 종교에 실례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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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비밀

그 놈 목소리 2016. 11. 7. 01:08

 

지금 나의 말을 소설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기형도의 무슨 시더라 이 생각을 하면 그 시가 떠오른다.

 

난수표란 것을 아는가? 최근의 난수표가 언급된 공안사건이 언제 있었나. 아 북이 중단된 난수표 방송을 재개하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난 난수표 방송이 이런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이북 방송으로 '어디 어디에 계시는 누구누구 님이 저기저기에 계시는 누누누구 님을 찾으 신답니다이런 게 느닷없이 방송 중에 나오면 난수표를 보고 그걸 해석한다"

 

이런 내용이었다. 즉 난수표로 해석될 만한 이상한 내용이 뜬금없이 나온다는 것.

 

정상적인 보통사람이 이런 방송 이야기를 알리가 없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있었는데 진짜 이런 식으로 방송되는 줄을 모르겠다. 아주 오래 전 혼자 쓰는 나의 건넌 방에서 시국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것도 모르는 녀석이 하는 조롱과 비웃음을 곁들여 내게 슬쩍 하는 말이었다. 자신이 운동권에 있다는 자랑될 것 없는 자랑을 하면서 슬쩍 흘리는 말이었다. 안기부에 연행된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확실하지 못한 자랑과 함께. 허세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별 대단한 일도 하는 것이 아닌 이가(나보다 연상이다) 그 때 별의 별것을 다 주어듣고 다니며 자랑하는 구나하고 거북해 했었다. 운동권에서는 난수표 이야기도 농담처럼 떠도는 모양이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는 왠지 그게 누군가에게 건너건너 들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춰졌던 진짜 직업과 관계가 있는 몸소 겪은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 그와 거의 왕래를 하지 않지만 아마도 추측건데 그는 외적으로 초라한 행색에도 불구 아니 안기부에서 고문까지 받았느니 하는 허풍인지 진실일지 모를 부적절하고 모순된 말에도 불구 공안기관을 위해 일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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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자유인>을 보면 공주 갑부 김갑순 이야기가 나온다. 드라마 속 인물이라 실존인물인지는 모르겠으나 반민특위 위원들이 잡으러 오던 날

 

"보자. 오늘은 내가 너희들에게 잡혀서 쇠고랑을 차지만 내일은 반드시 너희들에게 그 쇠고랑을 채울 것이다."

 

이렇게 호언하였다 한다.  

 

마치 영화 <영웅본색> 마지막 장면에서 마피아 두목이 하던 말과 같지. 그래 어디 한 번 얼마나 잘사나 꼭 두고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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