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김성종과 최인호의 비슷한 면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대체로 흥미위주의 소설가라는 점 같은 시기 월남전에 관해 글을 썼다는 정도였다. 김성종은 주로 스파이소설을 많이 썼는데 소설 <잃어버린 왕국>에서 초기 사꼬오라는 군인을 다루는 부분이 김성종 소설과 비슷하다. 최인호가 스파이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게 흥미롭다.


한 편 그의 창작 인물의 이름 붙이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보니, 일본을 위해 일하는 여간첩 이수란(李秀蘭)의 경우 이향란(李香蘭)이라는 중일전쟁 당시 일본에서 활동했다 실제 스파이로 체포되었던 유명 여가수에서 따온 것 같다. 소설의 이수란도 나중에 체포되고 만주출신이다. 이향란은 일본식 중국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중일전쟁 때라면 최인호 시대에 자연스레 알기는 어려운 사람인데 어떻게 이 사람 내력을 알고 자기 소설의 모델로 썼을까?


또 아편만 주면 충실한 개가 되는 중국인 끄나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실제 중국특무의 대명사 격인 다이리가 아편을 통해 간첩을 양성하는 방법을 연구했단다. 최인호의 스파이소설 부분의 등장인물과 취재는 이런 식으로 되었는 모양이다.


김성종의 제5열 같은 경우도 재일교포 주먹 정건영 같은 사람하고 비슷해서 실존인물을 소설 속 모델로 사용한 것 같다. 참고로 "여명의 눈동자"가 무슨 애국적 희망 같은 의미로 생각했는데 그냥 미인계 여간첩의 대명사 '마타하리'란 뜻일 만큼 스파이소설은 김성종과는 뗄레야 뗄 수가 없다. 솔직히 말이 추리소설가인지 대부분 스파이 소설이다. 80년대 이후론 꽤 점잖은 체 했던 최인호가 스파이작업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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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별밤지기 이문세가 주로 이별노래의 가수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에게 '밤의 교육부장관'이라는 타이틀을 주고 청소년최인기프로(라디오지만)가 맡겨졌던 시대를 부정적 관점에서도 볼 수가 있다. 당시의 발라드 열풍이 은근 퇴폐나태한 풍조를 조장하려는 당국의 정책과 아무런 관계가 과연 없었을까 하는 의심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뒤 늦은 깨달음을 얻게 된 나에게 한 남파공작원 출신의 수기가 또한 진실의 한 토막을 절절히 전한다.

 

부대원들은 일반 군인들과는 달리 술도 마음대로 먹었는데, 그럴 때마다 술기운으로 동백 아가씨, 애수의 소야곡, 노란셔츠, 섬마을 선생님, 대머리 총각 등을 불렀다. 목소리로 보아 아마도 가수 이미자나 김상희 씨는 대단한 미인일 거라고 우리기리 쑤군거리며 치기 어린 상상도 해 보았다. 특히 김상희 씨가 부른 대머리 총각은 우리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 나는 변소에 가서 그 노래를 콧소리로 흥얼대기도 했다. 나뿐 아니라 대개들 그랬다.

이 지경에 이르자 당 고위층에서는 무척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지도원들은 그에 대한 수습책으로 역시 김상희 씨의 단벌신사를 들먹거리며 말했다.

"얼마나 못살고 가난하면 옷이 단벌이겠소? 얼마나 살기가 빡빡하고 주머니가 비어 있으면 연애 한 번 못 하갔소? 오죽하면 서른 살까지 장가를 못 갔갔소? 동무들 거 생각해 보라우."

방송에서 들려 나오는 남한 여자들의 음성을 가리켜서는 이렇게 말했다.

"동무들! 남반부의 저 여자 못소리를 좀 들어 보라우. 얼마나 굶주렸으면 저 모양으로 목소리가 약하고 맥이 빠져 있갔어?"

그리고는 북한 스포츠 중계 방송으로 다이얼을 돌리며 말했다.

"이 보라, 얼마나 씩씩하고 힘 찬가!"

남한 방송을 듣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유순하게 약해지는 것 같아 문득 놀라곤 했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났다.

 

 

이 사람이 남파되던 시기는 경제적으로 남북이 엎치락 뒷치락 하던 시기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자유가 없는 북한이라고 하더라도 남쪽의 '퇴폐풍조'가 마음이 약해 지는 효과를 낳는다는 점만은 그 역시 분명 남한의 문제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슬며시 자신의 경험으로서도 시인하고 있다. 이 글이 쓰여진 시기에 관해서 물론 남파공작원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던 것은 민주화 이후의 일이다.

 

이것은 아마도 남한의 문화 전반의 문제이지 가요계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이 사람이 남파되던 시기부터 그런 풍조가 뚜렷했던 모양이다. 

 

 

Posted by Alcibi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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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은 어쨌든 별밤지기 이문세에게 가수 mc dj 단순 직업적 무언가를 넘어선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다.

 

생각해 보면 이영훈도 한국가요계의 혁명아인듯하다. 한국 가요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선구자들이 몇 있었다.

 

트로트 시대야 어찌되었는지 알 바 아니지만, 그 이후로는 70년대 김민기가 그런 사람이라고 볼 수 있고 이론이 없다. 더구나 김민기의 지사적인 이미지와 가사는 그 격을 높여 가요계의 혁명아란 칭호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게 한다.

 

문제는 이영훈인데 이게 어떻게 보면 쭉 지금까지 이야기 했지만 퇴페성 있는 과도한 이별노래고, 가사도 잘 생각해보면 현실성이 전혀 없는 나르시즘적 망상으로 점철된 노래다. 원래 슬픈 곡조란게 과거 일제의 식민정책과 부합한다고 할 때 이영훈의 노래 역시 김민기 처럼 한국가요계를 한단계 수준 향상을 시킨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진취적 기상보다는 퇴페성이 많이 섞여 있음이 그런 걸 무색하게 한다. 그래서 두 사람에 대한 대접도 다른 것이 아니겠는가. 이영훈을 김민기 만큼 아니 서태지 만큼이나 취급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서태지도 뭔가 다른 음악을 하긴 했지. 업한 건 모르겠고 아마도 김영삼 시대에 맞는 음악을 했던 것 같다.)

 

이영훈의 경우 어느 정도는 퇴페풍조를 조장한 면이 없지 않고 그래서 그 역시 '일그러진 영웅'이란 평가가 가할 것이다. 실제로 '잊혀진 영웅'에 가깝고. 노래가사가 연애 이별 눈물 그런 것이라 동급의 기여자들에 비해 별로 이야기 안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문세-이영훈 노래가 퇴폐적이라는게 나르시짐적이고 슬픈 것도 그렇지만 확실히 이런 노래는 여자가 불러야 하는데 남자가 부른다는게. 사실 처음 들을 땐 애절하고 듣기 좋긴 한데 나도 '이런 노래를 남자가 불러도 되나?'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처음엔 남자가 이런 노래 불러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오줌인지 똥인지 모르게 된 경우라 할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성차별하라고 있는 말은 아니라 들었다. 남자가 남자 목소리를 내고 남자답게 말하는게 자연스러운 일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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